서울을 에워싼 비밀 수호자, 외사산의 숨은 매력

외사산을 둘러싼 놀라운 역사와 현대적 의의

서울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고층 빌딩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활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서울을 둘러보면, 이 도시는 사방으로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미 한양도성 내부를 감싸는 ‘내사산’의 존재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 단계 밖에서 이 수도를 좀 더 크게 감싸면서 더 높은 지세와 험준한 산세로 둘러싸고 있는 ‘외사산(外四山)’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곤 합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를 살폈을 때, 외사산은 ‘수도 방어의 1차 진입 장벽’으로서 엄청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서울 근교의 명소이자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지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개국 공신들은 새로운 수도를 계획하며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풍수지리라는 전통적 믿음과 군사적 방어라는 실용적인 측면이 맞물려, 한양은 여러 겹의 방어선 속에서 번영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흔히 ‘등산 가기 좋은 산’이라 표현하는 북한산, 관악산, 용마산, 덕양산 등은 옛 시절에는 이중, 삼중으로 적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였던 셈입니다. 따라서 외사산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하이킹 코스에 국한되지 않고, 한양이라는 도시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중요한 ‘역사적 동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외사산은 서울 바깥이라고 하기에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궁금하실 텐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엣날과 달리 현대에는 교통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이 산들을 오르내리며 조선의 옛 숨결을 느낄 수 있지요. 한편,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도시 개발’과 ‘자연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사산에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깨어 있는 문화와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사산의 구성과 특징

북한산: 서울의 북서쪽을 지키는 거대한 요새

외사산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산이 바로 북한산일 것입니다. 

북한산은 높이와 규모 면에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계곡과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절경 때문에 수도권 시민들에게 대표적인 등산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도 이 산은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전쟁 때 곤궁에 처한 백성을 보호하는 자연 방어막으로 기능했습니다. 특히 ‘북한산성’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중요한 군사 유적이며, 수많은 전투와 항전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북한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연 생태계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산과 계곡의 표정이 달라지는 덕분에 식물학자나 생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시민들 역시 주말이면 가벼운 등산을 즐기고, 가을철 단풍놀이를 위해 북한산을 찾습니다. 이런 면에서 ‘군사적 요충지’라는 과거의 이미지는 점차 ‘도심 속 휴양지’라는 현대적 이미지와 섞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탐방객이 몰리면서 환경 보호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고, 서울시와 환경단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함께 등산로 정비와 쓰레기 관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관악산: 서울 남서쪽의 수호자

관악산은 서울 남부와 안양 일대를 아우르며 우뚝 솟은 산입니다. 

'관악(冠岳)'이라는 이름은 마치 관을 쓴 듯한 봉우리가 날카롭게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조선 시대, 외사산의 남쪽 일부가 되는 관악산은, 시대마다 주요 교통로를 감시하는 전략적 장소에 해당했습니다.

동시에 관악산은 오늘날 서울대학교가 위치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는 정약용, 박지원 등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들이 학문을 하고, 자연에서 사색을 즐기던 '산사(山舍)'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산은 가파른 암벽과 깎아지른 험로가 많아 초보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코스일 수도 있지만, 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와 안양 일대를 함께 내려다볼 수 있어 장쾌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용마산: 동쪽 성곽을 넓게 감싸는 자연 방어선

서울 동쪽에 위치한 용마산은 아차산과 함께 동부 지역을 굳건히 지키는 산맥을 이룹니다. 

 외사산 중 하나로 꼽히는 용마산은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능선이 이어지는 길이 비교적 은근해, 산책하듯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습니다. 옛 문헌에 따르면, 이 산에 용마(龍馬)가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어 ‘용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용마산은 지형적으로 아차산과 마주보고 있어, 두 산을 연계한 등산 코스가 자주 소개됩니다. 특히 능선에 오르면 한강과 서울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일출과 일몰 시간마다 색다른 풍광이 흘러나옵니다. 

이 산은 조선 시대에 외적의 동쪽 침입을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고지대 역할을 했습니다. 그 흔적으로 작은 봉수대 자리의 일부가 전해지는데, 도성의 안팎으로 군사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덕양산: 한강과 임진강 사이를 이어주는 자연 요충지

서울 서북쪽, 고양 지역을 아우르는 덕양산은 외사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전략적으로는 중요한 위치를 지닌 곳이었습니다. 

이 산 주변은 예로부터 한강과 임진강을 잇는 교통로가 자리해 있어, 조선 시대 교류와 방어 양면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덕양산 인근에 펼쳐진 고즈넉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과거에 이곳을 오가던 조선 선비와 백성들의 발걸음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현재 덕양산을 찾는 사람들은 한적한 숲길을 거닐며, 파주와 고양에 걸친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일대는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녹지와 전원 주거단지가 공존하고 있어, 도심 속 매연을 피해 휴식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또한 마을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니, 일정만 잘 잡는다면 도심을 떠나 짧은 자연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외사산의 매력

풍수의 관점에서 본 외사산

조선 시대에 수도를 건설할 때, 우선 내사산(백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으로 도성을 둘러싸고 좀 더 바깥을 외사산으로 감싸도록 설계한 바탕에는 풍수지리에 대한 신념이 깔려 있었습니다. 

 외사산은 수도에 유입되는 기운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거나 필요에 따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석되어 왔습니다. 이 견해는 조선 왕조가 국운을 다지기 위해 산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풍수지리 자체를 미신적 관념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당시로서는 지형적인 우위. 

예컨대 높은 산으로 적의 접근 경로를 제한하거나, 하천과 골짜기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물자 공급 및 방어를 유리하게 만드는 등 실질적인 군사적 이점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결합된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도시 배치 방식이었습니다. 

외사산은 이처럼 수도 방어를 위한 자연 요새로 기능하며, 국가 안보를 고려한 치밀한 계획 아래 한양이 조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 전쟁과 외사산의 역할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묘호란 등 굵직한 전쟁을 거치면서 외사산은 때론 수많은 의병과 관군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할 전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산성, 그리고 용마산에 있는 봉수대 자리는 군사적 방어 체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가늠케 합니다. 서울 바깥에서 일어난 작은 동향도 이 산들을 통해 빠르게 도심에 전달되어,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전란이 일어나지 않을 땐, 한가한 농촌 마을과 자연 풍광으로 물든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졌다고 전해집니다. 

한강변에서 무역이나 농경, 어업에 종사하던 백성들에게 외사산은 ‘우두커니 서 있는 수호자’이자 한국적 산천미를 완성하는 자연경관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문인들의 시나 그림 속에서도 외사산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외사산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외사산투어

등산과 문화 유적 탐방

외사산 탐방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등산입니다. 북한산은 북한산성 코스, 도봉산과 연결되는 능선 코스 등 여러 루트가 있으며, 각자의 체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관악산 역시 초보자를 위한 둘레길부터 상급자를 위한 암벽 구간까지 갖춰져, 도심 속에서 다양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또한 용마산과 아차산을 잇는 트레킹 코스, 덕양산 주변의 조용한 숲길 산책은 여유로우면서도 옛 수도 방어선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매력적인 체험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문화 유적 탐방을 곁들이면 더욱 알찬 여행 코스가 완성됩니다. 

북한산성의 성문, 보루, 수문, 암문 등을 살펴보거나 관악산 주변에 위치한 고찰(古刹)과 서원(書院)에 들르는 코스도 있습니다. 

용마산 인근에서는 서울 동부의 오래된 마을과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의 흔적을 함께 살펴볼 수도 있지요. 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한데 만나는 ‘입체적인 서울’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통편과 접근성

외사산이라고 하여 서울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산은 불광역·길음역 등지에서 바로 등산로 입구로 이동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관악산은 서울대학교 입구 방면으로 접근하거나, 낙성대역이나 봉천역 등을 통해 진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그 외 용마산, 덕양산도 지역 버스나 마을버스가 수시로 다니며, 주차장도 꽤 잘 마련된 편입니다.

따라서 일정만 잘 짜면, 하루 안에 다녀오는 ‘외사산 1일 투어’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물론, 보다 여유롭게 자연과 역사를 음미하고 싶다면 1박 2일 코스로 잡아 주변 숙소나 캠핑장을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수도 서울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가까이서 발견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외사산이 마주한 과제와 사회적 관심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관광

외사산이 서울의 명소로 거듭날수록, 방문객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훼손 문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연간 수백만 명 이상의 등산객이 몰리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계곡 수질오염, 쓰레기 문제, 토양 침식 등을 겪고 있습니다. 관악산 역시 늘어나는 등산 인파에 비해 화장실, 휴식공간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여 계곡이 훼손되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의 행정기관, 그리고 시민 단체가 협력하여 생태계를 보호하고 탐방 문화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등산로 구간별로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계절별로 인원을 제한하거나 특정 구간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합니다. 적정한 수준의 관광만 허용함으로써 외사산이 오랫동안 시민과 자연을 이어주는 ‘친환경 쉼터’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도시와 산의 공존

외사산은 서울을 그저 ‘빌딩의 숲’으로만 생각하기 쉽던 시각을 바꿔놓는 큰 역할을 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웅장한 산줄기는 세계 대도시 중에서도 상당히 드문 풍광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높은 산세와 넓은 녹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서울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서울만의 ‘산-도시 콤비네이션’을 브랜드화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도시와 산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개발을 통한 이익과 자연을 보존하는 노력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도로를 확장하고 새로운 교통편을 만들어 사람들의 편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림 훼손이나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이는 결국 우리 자신이 쉴 곳과 앞으로 남겨줄 자연유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외사산이 있어 서울은 다양한 가능성을 담은 도시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이 도시가 건강히 유지되려면 외사산을 비롯해 주변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외사산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

과거 조선이라는 왕국이 수도 한양을 목표로 설계하던 시절부터, 외사산은 ‘수도 방어의 핵심 축’이자 ‘풍수지리적 지지대’였고, 또한 오늘날에는 ‘시민들의 휴식처’와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자 ‘역사 문화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단지 오래된 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층적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몸소 보여주는 생생한 무대인 셈입니다.

만약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또는 태어난 뒤로 줄곧 서울에서만 지내온 토박이라 할지라도, 외사산을 다시금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산 정상에 올라 낮과 밤이 바뀌는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면, 과연 이 도시가 지닌 과거와 미래가 얼마나 흥미롭게 얽혀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을 떠받치던 옛 방어선이 이제는 도시민들의 문화·휴식공간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니까요.

외사산에는 북한산나 월출산처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영역도 있고, 관악산처럼 대학가 주변에 있어 청년들의 활기와 호흡하는 곳도 있으며, 덕양산처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조용함을 간직한 곳도 있습니다. 그 한 구석구석마다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그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서울 외사산의 가치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지 등산을 위한 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서도 산과 강이 감싸는 전통적 풍광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고, 도성을 안전히 유지하기 위한 ‘방어라인’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의 우리에겐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연 자원이며 역사적 자부심입니다. 조용한 새벽에 산책이든, 주말의 본격적인 등산이든, 혹은 군데군데 남아 있는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는 소소한 탐방이든 간에, 외사산은 잊었던 서울의 또 다른 면을 깨우쳐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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