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개념: 왜 면의 구조를 이해해야 할까?
얼굴을 그릴 때 많은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3차원적인 입체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세부 사항을 먼저 그리려고 하면 얼굴이 평면적으로 보이거나 비율이 맞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구형과 면의 분할을 이용한 구조 드로잉입니다.
건축물을 지을 때 먼저 골조를 세우고 그 위에 벽을 만드는 것처럼, 얼굴 드로잉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기초가 되는 기본 형태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세부사항을 더해나가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블록형 구조를 통해 얼굴의 각도를 결정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겠습니다.
1단계: 두부의 기본 형태 파악하기
우리의 두부(머리)는 여러 개의 기하학적 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를 단순한 블록 형태로 분해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특히 정면, 3/4 측면, 측면, 톱뷰 등 다양한 각도에서 두부를 관찰할 때, 이 블록형 구조는 일관된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기초 단계에서는 두부를 하나의 큰 구(球)와 여러 개의 작은 면들의 조합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구는 단순히 둥근 모양이 아니라, 특정 방향성을 가진 기하학적 입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주사위의 면들처럼, 우리의 두부도 여러 개의 구분 가능한 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블록형으로 인식하면, 각도가 변해도 일관성 있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단계: 얼굴의 3분할대를 이용한 비율 결정
정확한 인물 드로잉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올바른 비율입니다. 얼굴을 세로로 3등분했을 때, 이상적인 비율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상단(이마) - 중단(눈에서 콧끝까지) - 하단(코부터 턱까지) 이 세 부분이 거의 동등한 비율을 유지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화로운 얼굴이라고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안면의 3분할대입니다.
이 3분할대는 단순히 눈, 코, 입의 위치만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볼의 경사 방향, 이마의 둥근 맛을 띤 장방형 모양, 그리고 턱의 형태까지 이 기본 분할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초보자가 이 비율을 정확히 파악하면, 다양한 각도의 얼굴을 그릴 때도 비율이 크게 틀리지 않게 됩니다. 또한 이 분할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대상을 관찰할 때 이 기본 비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스킬입니다.
3단계: 면의 분할을 통한 구조 이해
두부를 면으로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면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정면에서 본 얼굴도 사실은 평면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울어진 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마 부분: 위쪽으로 갈수록 안쪽으로 굽어지는 동근 표면으로, 머리의 가장 위쪽 돌출부입니다.
관자놀이: 두개골의 측면을 이루며, 약간 안쪽으로 경사진 면으로, 측면에서 봤을 때 얼굴의 폭을 결정합니다.
광대뼈: 양옆으로 돌출된 면으로, 얼굴의 전체적인 폭을 결정하며, 각도 변화에 따라 명암이 크게 달라집니다.
턱: 아래쪽으로 뾰족하게 모아지는 형태로, 얼굴의 하단부를 결정하고 개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각 면들이 만드는 명암의 변화와 경계선(Contour Line)이 얼굴의 입체감을 만듭니다. 따라서 드로잉할 때도 이 면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각 면 사이의 경계와 명암 관계를 표현해야 합니다. 특히 광선이 어느 쪽에서 비치고 있는지를 결정하면, 각 면의 명암이 자동으로 결정되게 됩니다.

4단계: 각도에 따른 두부의 블록형 표현
여기서 정말 중요한 점은 블록형 구조가 각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입니다. 정면에서는 대칭적으로 보이는 면들이, 측면이나 3/4 각도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각 각도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면 어떤 포즈의 인물도 자신감 있게 그릴 수 있습니다.
정면: 두부가 좌우 대칭이므로, 중앙 수직선을 기준으로 좌우 면의 비율이 같습니다. 이 각도에서는 이마, 눈, 코, 입, 턱이 모두 수직 중심선에 대해 대칭을 이룹니다.
3/4 측면: 가장 실용적이고 표현적인 각도로, 얼굴의 입체감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각도에서는 정면에 보이는 면과 측면의 면이 동시에 보이므로, 두 면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측면: 얼굴의 프로필을 보는 각도입니다. 이마에서 코, 입, 턱으로 이어지는 윤곽선의 경사 방향이 중요하며, 코의 돌출도가 가장 잘 표현됩니다.
톱뷰 또는 하향 각도: 이마와 눈, 코의 위치 관계가 압축되어 보입니다. 턱의 각도가 예각이 되고, 눈과 코 사이의 거리가 이마보다 더 가깝게 보입니다.
이러한 각도 변화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기본적인 면의 구조입니다. 각도가 바뀌어도 두부의 기본 형태와 비율 관계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블록형 구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어떤 각도든 기본 구조를 기준으로 삼으면 일관성 있는 인물 묘사가 가능합니다.
5단계: 코와 입 부분의 기울어진 표현법
많은 초보자들이 코와 입을 정면 기준으로만 그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코와 입은 여러 가지로 기울어진 위치에서도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이 부분을 정확히 표현하면, 전체 얼굴의 각도와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코의 표현: 코는 세 개의 명확한 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앙의 수직 면과 양쪽의 측면입니다. 각도가 변하면 이 세 면의 보이는 크기가 달라지지만, 구조는 동일합니다. 따라서 먼저 코가 향하는 방향을 결정한 후, 그 방향에 맞춰 세 면을 그리면 됩니다. 정면에서는 코의 중앙 면이 크고 양측면이 작지만, 측면에서는 양측면 중 하나가 크게 보이고 다른 쪽은 보이지 않습니다.
입의 표현: 입술은 입주름선을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두 개 면으로 나뉩니다. 입이 기울어진 위치에서도 이 주름선의 방향만 정확히 파악하면, 입의 입체감을 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3/4 각도에서 입을 그릴 때는 한쪽 입술이 더 크게 보이고, 입주름선도 살짝 곡선을 따르게 됩니다. 하향각에서는 입의 폭이 좁아 보이고, 상향각에서는 입의 아래쪽 입술이 더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6단계: 두 볼의 경사와 이마의 장방형
얼굴의 입체감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은 광대뼈(두 볼)입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좌우 대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도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표현됩니다. 3/4 각도에서는 한쪽 볼이 더 크게 보이고, 다른 쪽 볼은 보이지 않게 되거나 매우 작아집니다. 이러한 광대뼈의 위치와 크기는 얼굴의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마의 형태도 중요합니다. 이마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둥근 맛을 띤 장방형입니다. 즉, 좌우 가장자리는 매끄럽게 굽어져 있고, 중앙부는 조금 더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면, 다양한 각도에서도 이마의 입체감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측면에서 봤을 때 이마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지만, 3/4 각도에서는 곡선을 따르는 형태가 됩니다.
7단계: 블록형 구조를 이용한 두상 전체의 각도 결정
앞서 설명한 면의 구조, 3분할대, 코와 입의 기울기, 두 볼의 경사, 이마의 형태 등을 모두 통합하면, 두상 전체의 각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두부 드로잉의 기본이 되는 원급법(Primary Form Method)입니다.
원급법은 단순히 정면의 얼굴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어떤 각도의 얼굴도 일관성 있게 그릴 수 있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고개를 기울인 사람의 초상을 그릴 때, 먼저 두부의 블록형 구조와 기본 각도를 결정한 후, 그 위에 세부사항을 더해나가면 됩니다. 이 방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십 년 경력의 전문 화가들도 여전히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기법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부사항부터 그리지 않고 기본 구조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수정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또한 여러 사람의 초상을 연달아 그릴 때도, 기본 구조만 다르게 적용하고 표현 방법은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전 팁: 블록형 구조 드로잉 연습하기
이론만으로는 드로잉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다음의 단계별 연습을 반복하면, 점차 블록형 구조가 직관적으로 인식되어, 결국에는 스케치 단계에서도 이 구조를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1단계: A4 종이에 여러 개의 작은 원을 그립니다. 이 원들이 두부의 기본 형태입니다. 한 번에 10개 이상 그려서, 다양한 크기의 원에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2단계: 각 원 위에 기본 3분할선을 표시합니다. 수평선으로 세 부분을 나눕니다. 이 선들의 위치를 정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단계: 면의 경계선을 추가합니다. 광대뼈, 턱, 이마의 경계를 명확히 합니다. 각각의 원형에 맞게 면의 방향을 다르게 표현합니다.
4단계: 코, 눈, 입의 기본 위치를 표시합니다. 3분할선과 수직 중심선을 기준으로 정확한 위치에 배치합니다.
5단계: 각 면의 명암을 가볍게 표현합니다. 이때 면의 방향성을 생각하면서 명암을 넣습니다. 가상의 광원을 설정하고, 그 광원에 가장 가까운 면부터 순서대로 명암을 정합니다.
6단계: 세부사항을 추가합니다. 눈의 깊이, 코의 콧구멍, 입술의 주름 등을 표현합니다. 이 단계에서야 비로소 세부사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별 연습을 반복하면, 점차 블록형 구조가 직관적으로 인식되어, 결국에는 스케치 단계에서도 이 구조를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그리기 시간을 크게 단축시킵니다. 왜냐하면 구조가 정확하면 세부사항 표현이 훨씬 빠르고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추가 팁: 거울을 이용한 자기 얼굴 연습
이론과 연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모델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가장 가까운 모델은 바로 자신의 얼굴입니다. 거울 앞에서 다양한 각도로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각 각도에서 두부의 블록형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세요. 예를 들어, 정면에서 3/4 각도로 천천히 돌리면서, 두 볼, 이마, 턱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면, 입체적 이해가 훨씬 깊어집니다.
기초에서 시작하는 드로잉의 정석
얼굴 드로잉은 복잡해 보이지만, 기초가 되는 구형의 면 구조를 이해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3분할대를 통한 비율 파악, 각 면의 방향성 이해, 각도 변화에 따른 형태의 변화 등을 단계적으로 학습하면, 어떤 각도와 표정의 얼굴도 그릴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부사항보다 먼저 구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블록형 구조라는 튼튼한 기초 위에 세부사항을 더해나가면, 자연스럽고 입체감 있는 인물화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문 미술가들이 강조하는 원급법의 핵심이며, 누구나 충분한 연습으로 습득할 수 있는 드로잉의 정석입니다.
드로잉은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계적인 학습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웁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블록형 구조 방식은 전 세계 미술 교육 기관에서 가르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면, 당신도 충분히 능력 있는 드로잉 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