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율과 구조가 잡힌 인물화도 어딘가 "평평하게" 느껴진다면, 빛과 음영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물화의 입체감 80%는 빛의 방향과 명암의 단계가 결정합니다. 눈과 코의 위치가 정확해도 음영이 틀리면 얼굴이 종이처럼 납작해 보이고, 반대로 명암만 잘 잡아도 비율의 작은 오류도 자연스럽게 보정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앞선 연재(실수 TOP 5, 나이별 얼굴)에 이어, 광원 방향 → 면 크로키 → 반사광의 3단계로 입체감을 완성하는 실전 노하우를 정리합니다. 연필 한 자루로 가능한 기술들입니다.

1. 광원 방향에 따른 얼굴 음영 변화
같은 얼굴이라도 빛의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이 됩니다. 초보자들은 "위에서 빛이 온다"고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면광, 측면광, 역광, 위광, 아래광 등 5가지 기본 패턴이 있습니다. 각 패턴은 얼굴의 음영 위치가 극명하게 달라지므로, 먼저 광원의 위치를 정하고 그에 맞춰 음영을 배치해야 합니다.
정면광 (Front Light): 부드러운 인상
가장 부드럽고 평화로운 인상. 얼굴 전체에 고르게 빛이 닿아 음영이 최소화됩니다. 눈 아래, 코 옆, 입가에만 아주 연한 그림자가 생깁니다.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광원 방향입니다.
측면광 (Side Light): 입체감 극대화
인물화의 정석 광원. 빛이 얼굴의 한쪽(보통 오른쪽 45도)에서 오면, 반대쪽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극적인 입체감이 생깁니다. 코의 그림자가 턱선까지 길게 이어지고, 광대뼈와 턱선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상도 강렬해집니다.
역광 (Back Light): 신비로운 분위기
빛이 얼굴 뒤에서 오면 머리카락 가장자리에 후광이 생기고, 얼굴은 전체적으로 어두워집니다. 눈은 반사광만 받아 밝게 빛나고, 얼굴 윤곽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인상을 줍니다.
위광/아래광: 극적인 드라마
위광은 이마와 광대에 강한 빛이 가고 턱과 목이 어두워집니다. 아래광은 턱과 목에 빛이 가고 눈과 이마가 어두워져 기괴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 같은 극적인 연출에 사용됩니다.
핵심: 현실에서는 모든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고 영향을 주는 자연광이지만,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빛이 어디서 오는가?"를 정하세요. 연필 끝으로 한 군데의 광원 위치를 표시하고, 그 방향으로 그림자를 길게 그어보세요. 이 한 번의 결정이 전체 음영의 방향을 정합니다.
2. 면 크로키로 명암 단계 나누기
얼굴의 복잡한 굴곡을 일일이 그리려 하면 혼란스럽습니다. 해결책은 복잡한 얼굴을 5~7개의 단순한 면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면들이 명암의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세부 묘사를 얹습니다.

얼굴 면 나누기 5단계: 1. 빛받는 면 (가장 밝음): 광원에 직접 닿는 부분 2. 반광면 (중간): 빛이 비껴서 닿는 경계 부분 3. 암면 (어두움): 빛이 닿지 않는 부분 4. 반사면 (약간 밝음): 바닥이나 옷에서 반사되는 빛 5. 심암면 (가장 어두움): 코 아래, 턱선 아래, 귀 뒤 등
실전: 측면광 기준 얼굴 면 크로키
1단계 - 밝은 면: 광대뼈 윗부분, 콧대, 이마 중앙, 턱의 빛받는 면을 가장 연하게 칠합니다.
2단계 - 반광면: 광대뼈 경계, 콧날개 옆, 인중 양옆을 중간 톤으로 칠합니다.
3단계 - 암면: 얼굴의 반대쪽(빛이 안 닿는 면), 눈두덩 아래, 코 아래를 진하게 칠합니다.
4단계 - 심암면: 마지막으로 코끝 아래, 턱선 아래, 귀 뒤의 가장 어두운 부분만 극도로 진하게 마무리합니다.
연필 팁: H연필→B연필→2B연필→4B연필 →6B연필 순서로 단계별 톤업을 하세요. 한 번에 진하게 칠하려 하면 수정이 어렵습니다. "톤을 쌓는 과정"이 입체감의 핵심입니다.

3. 반사광 활용법: 완성도를 2배로
입체감의 마법은 반사광에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빛과 그림자만 신경 쓰지만, 실제로는 바닥이나 옷에서 반사되는 간접광이 얼굴에 은은한 생명력을 줍니다. 이 반사광 한두 군데가 인물화를 "사진 같은 느낌"에서 "살아있는 느낌"으로 바꿉니다.
반사광 3가지 위치
1. 턱 아래 반사광: 바닥에서 올라오는 빛이 턱선 바로 아래를 살짝 밝게 만듭니다. 특히 측면광에서 턱의 어두운 면에 이 반사광을 넣으면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 보이지 않습니다.
2. 광대 아래 반사광: 옷깃이나 어깨에서 반사되는 빛이 광대뼈 바로 아래를 밝게 만듭니다. 이 부분을 무시하면 광대가 과도하게 튀어 보입니다.
3. 눈 아래 반사광: 눈두덩 아래에 아주 연한 반사광을 넣으면 눈이 살아납니다. 특히 역광에서 이 반사광이 눈의 생명력을 만듭니다.
지우개 활용: 연한 반사광은 지우개 끝으로 살짝 긁어내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빛을 더하는" 느낌이 자연스럽습니다.
반사광의 강도 조절법
반사광은 직접광의 20~30% 밝기로만 표현하세요. 너무 밝으면 부자연스럽고, 너무 어두우면 효과가 없습니다. 주변 환경(흰 바닥, 밝은 옷, 어두운 실내 등)에 따라 강도를 조절합니다.
실전: 10분 입체감 완성 루틴
1분: 광원 위치 결정
화면 오른쪽 위 45도에 빛이 온다고 가정하고, 연필 끝으로 광원 위치 표시.
3분: 면 크로키 5단계
H연필로 밝은면→반광면→암면→반사면→심암면 순서로 전체 얼굴을 채웁니다.
3분: 명암 강도 조절
B연필로 암면과 심암면을 강화하고, 지우개로 밝은면과 반사면을 정리합니다.
2분: 반사광 3점 추가
지우개로 턱아래, 광대아래, 눈아래에 아주 연하게 반사광을 긁어냅니다.
1분: 최종 경계 블렌딩
티슈나 손가락으로 명암 경계를 부드럽게 블렌딩해 자연스럽게 마무리합니다.
초보자 실수와 교정법
실수 1: 광원 위치를 정하지 않고 그리기
음영이 제멋대로 되어 수정 불가능. → 그림 시작 전 반드시 광원 위치 표시.
실수 2: 한 번에 진하게 칠하기
수정이 어렵고 과도한 대비. → 연필 단계별 톤업(H→B→2B→4B).
실수 3: 반사광을 무시하기
얼굴이 떠 보이거나 납작. → 턱아래, 광대아래 반사광 필수.
실수 4: 명암 경계가 너무 딱딱함
지우개나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블렌딩하세요.
실수 5: 모든 면을 똑같은 밝기로 처리
5단계 명암 구분을 명확히 하세요.
빛이 인물을 살린다
인물화에서 구조와 비율이 뼈대라면, 빛과 음영은 생명력입니다. 비율이 완벽해도 음영이 없으면 시체처럼 보이고, 반대로 음영만 잘 잡혀 있으면 비율의 작은 오류도 살아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핵심은 광원 위치 → 면 5단계 → 반사광 3점의 간단한 루틴입니다. 오늘은 기존 그림 하나를 꺼내서 광원 위치만 다시 정하고 면을 다시 나누어보세요.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됩니다. 빛은 인물을 살리는 마지막 퍼즐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