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화 드로잉이 어려운 이유는 “그릴 게 많아서”가 아닙니다. 초보자의 그림이 어색해지는 순간은 늘 비슷합니다.
비율(위치) → 면(입체) → 원근(투시) → 볼륨(두상) → 순서(공정) 이 다섯 가지가 한 번에 무너지기 때문이죠.
이번 포스팅은 앞선 연재(머리카락, 나이별 얼굴)에 이어, 연필 인물화/초상화에서 특히 자주 발생하는 실수 TOP 5를 “증상-원인-교정 루틴”으로 정리했습니다. 한 번 읽고 끝내는 글이 아니라, 바로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리면서 체크하고 고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아기부터 노년까지 얼굴이 달라지는 이유도 결국 비율과 면, 그리고 시간의 흔적(질감) 때문입니다.
아래 비교 이미지를 참고용으로 함께 보면, “왜 눈이 올라가면 나이가 바뀌고, 왜 턱의 길이가 인상을 흔드는지” 감이 빨리 잡힙니다.

실수 TOP 5 (증상 → 교정법)
1) 눈이 이마 쪽으로 ‘승천’하는 현상 (위치 오류)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분을 “이마 끝”으로 착각하면, 얼굴의 윗부분을 너무 짧게 잡게 되고 결국 눈이 위로 밀려 올라갑니다. 그러면 인물은 놀란 표정처럼 보이거나, 얼굴이 짧고 납작해 보이기 쉬워요.
교정법(핵심 규칙): 얼굴 전체 길이(정수리부터 턱끝까지)의 정확히 1/2 지점에 “눈선(양쪽 눈이 놓이는 가로선)”을 두세요. 이마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눈이 올라간 그림은 대부분 ‘이마를 줄인 그림’입니다.
10초 자가 점검: 얼굴 윤곽선 위에 정수리-턱끝을 한 번 더 재고, 그 절반 지점에 얇게 가이드선을 그어보세요. 이미 그린 눈이 그 선보다 위에 있다면, 눈이 아니라 “이마”가 문제입니다(눈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이마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수정).
2) 코와 입술을 ‘선’으로만 그리는 현상 (기호화)
코를 ‘ㄴ’자/‘ㄱ’자처럼 꺾인 선으로, 입술을 진한 외곽선으로만 잡으면 얼굴이 종이 인형처럼 납작해집니다. 특히 연필 드로잉에서는 선이 강해질수록 “도형” 느낌이 커져서 실제 피부의 탄력이나 볼륨이 사라져요.
교정법(핵심 접근): ‘선’이 아니라 면과 그림자로 접근하세요. 코는 “콧대 라인”보다 “코끝 아래의 어둠(콧구멍 주변)”과 “콧날개 밑의 그림자”가 형태를 만듭니다. 입술은 외곽선이 아니라 “윗입술이 살짝 어둡고, 아랫입술이 빛을 더 받는 면”의 대비로 성립합니다.
연필 팁: 지우개로 하이라이트(밝은 면)를 “빼는 방식”을 먼저 써보세요. 선으로 정의하려는 습관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면이 살아납니다. 코와 입술은 ‘그려서 만들기’보다 ‘남겨서 만들기’가 더 빠릅니다.
3) 좌우 대칭에만 집착하다 무너지는 형태 (각도 오류)
정면이 아닌데도 양쪽 눈을 같은 크기로 맞추려는 순간, 얼굴 각도가 뒤틀립니다. "대칭"은 정면에서만 성립합니다. 3/4 각도(가장 많이 그리는 각도)에서는 대칭보다 멀어지는 쪽의 형태 압축이 우선이에요. 단, 인물화에서는 건축처럼 소실점을 적용하는 투시법과는 다릅니다. 멀어지는 쪽의 세로 형태만 줄어들고, 가로선(눈썹선, 입선 등)은 평행하게 유지해야 자연스럽습니다.
교정법(핵심 규칙): 멀어지는 쪽의 눈은 가까운 쪽보다 세로 폭을 좁게 그리되, 가로선(눈썹 높이, 눈 위치)은 평행하게 유지하세요. 눈동자도 똑같은 동그라미가 아니라, 각도에 따라 타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양쪽 눈이 같아야 예쁘다"가 아니라 "멀리 있는 것은 세로로 압축된다"가 정답입니다. 가로는 평행, 세로는 압축—이것이 인물화 각도 표현의 핵심입니다.
실전 연습: 얼굴 중심선(콧대 중심)이 화면에서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는지 먼저 정하고, 그 중심선을 기준으로 '가까운 눈-코-입'과 '먼 눈-코-입'의 세로 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세요. 중심선이 측면 형태의 중앙 레일입니다. 이때 눈썹선, 입선 등의 가로선은 기울지 않고 평행하게 유지되어야 얼굴이 자연스럽게 돌아간 느낌이 납니다.
4) 해골 구조를 무시한 ‘평면적’ 머리카락 (볼륨 오류)
머리카락을 얼굴 외곽선에 붙여 그리면 머리통이 눌려 보입니다. 특히 한국인 얼굴을 자연스럽게 그리려 할수록, 두상의 둥근 볼륨과 정수리 라인이 설득력의 핵심인데 여기서 무너지면 전체가 “작아 보이는 두상”이 돼요.
교정법(추천 루틴): 먼저 대머리 상태의 두상을 가볍게 그린 뒤, 그 위에 1~2cm 정도 “두께”를 더해 머리카락 볼륨을 쌓아 올리세요. 머리카락은 피부 위에 얹힌 천이 아니라, 두개골 위에 떠 있는 입체물입니다.
추가 팁: 헤어라인(이마 경계)을 너무 또렷한 선으로 박아넣기보다, 머리카락 그림자와 잔머리의 밀도로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느낌”을 만들어보세요. 이 한 끗이 인물화를 갑자기 현실 쪽으로 끌어옵니다.
5) 너무 일찍 시작하는 ‘속눈썹’과 ‘주름’ (디테일 함정)
전체 비례와 덩어리가 잡히기도 전에 속눈썹 한 올, 눈동자 반사광, 주름의 결부터 시작하면 수정이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디테일은 “정확할수록” 전체의 틀어진 비례를 더 강조해버려요. 디테일이 많아질수록 그림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디테일이 많아질수록 실수도 선명해집니다.
교정법(공정 규칙): 큰 덩어리 → 중간 면 → 세부 묘사 순서를 철저히 지키세요. 묘사는 “마지막 20% 공정”에서만 합니다. 그 전에는 속눈썹을 금지해도 좋아요. 눈은 ‘선명한 속눈썹’이 아니라 ‘눈꺼풀의 면’이 먼저입니다.
실전 팁: 디테일을 넣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때는, 속눈썹 대신 “눈 주변의 큰 명암(눈두덩-안와-광대)”을 한 톤만 더 정확히 잡아보세요. 디테일 욕구가 ‘구조 완성’으로 전환됩니다.
10분 교정 루틴: 오늘 당장 바뀌는 순서
1분: 정수리-턱끝 전체 길이를 재고, 1/2 눈선 가이드 넣기(눈 승천 방지).
2분: 코와 입술의 외곽선부터 지우고, 코끝 아래/콧날개 밑/인중/아랫입술 아래의 "그림자 자리"만 얇게 잡기(기호화 해제).
2분: 3/4 각도라면 "먼 눈의 세로 폭을 살짝 압축"하되 가로선은 평행 유지, 중심선 기준으로 좌우 세로 폭을 다시 맞추기(대칭 강박 끊기).
3분: 대머리 두상(구 형태) 위에 머리카락 볼륨을 얹고, 헤어라인을 선이 아닌 밀도/그림자로 연결하기(납작 머리 해결).
2분: 디테일은 잠깐 멈추고, 큰 명암 3단계(밝음-중간-어두움)만 먼저 정리한 뒤 마지막에 속눈썹/주름을 최소로 추가하기(디테일 함정 탈출).
초보자 체크리스트 (그림 그릴 때, 재 확인)
아래 문장 중 "아니오"가 하나라도 있으면, 디테일을 넣기 전에 되돌아가면 됩니다.
- 눈선이 정수리-턱끝의 1/2 지점에 있다.
- 코와 입술을 외곽선이 아니라 면(명암)으로 세웠다.
- 정면이 아니라면, 먼 쪽 눈의 세로 폭이 더 좁고, 가로선은 평행하다.
- 두상(대머리 형태) 위에 머리카락 볼륨이 얹혀 있다.
- 속눈썹/주름은 마지막에, "전체의 20%"만 했다.
실수는 ‘재능’이 아니라 ‘순서’ 문제다
인물화에서 초보 실수는 대부분 “못 봐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확정해서” 생깁니다. 눈이 승천하면 비율이 무너지고, 코와 입을 선으로 박으면 면이 죽고, 대칭에 집착하면 원근이 깨지고, 머리카락을 붙이면 두상이 찌그러지고, 디테일을 먼저 하면 수정이 봉인됩니다. 오늘은 TOP 5 중 하나만 골라서 고쳐보세요. 특히 눈 위치(1/2)와 ‘큰 덩어리→중간 면→세부’ 순서만 지켜도, 다음 그림에서 스스로 “어? 덜 어색한데?”를 느끼게 될 겁니다.